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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 독후감(08.23)

by manywisdom 2020. 8. 23.

[ 감상평 ]

    책을 이렇게 단시간에 읽은 적은 오랜만이다. 줄글을 읽자 마자 장면이 머리 속에 영화처럼 펼쳐지며 읽어서 그런가, 한 순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님의 필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 소설의 주된 인물은 페니와 달러구트다. 페니가 살고 있는 세상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세계관 이해가 살짝 어려워 정확히 정의하기 힘들지만이해한대로 라면, 잠이든 사람과 동물들에게 다양한 주제의 꿈을 거래하는 것이 주된 곳이다. 소설의 내용을 자세하게 기록하기엔 내용 스포가 될 것 같아 적진 않겠지만, 달러구트는 시간의 개념 중, 잠자는 시간을 다스리는 조상의 혈통을 이어받은 자손으로, 꿈을 살 수 있는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이다. 페니가 달러구트의 백화점에 취업하게 되면서, 그곳에서 꿈의 의미, 잠을 자는 시간의 가치를 조금씩 알아 나아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꿈을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사는 사람(+동물)의 관점이 각각 잘 드러나도록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구성 되어있다. 나는 이 책의 묘미가 꿈을 만들고 파는 판타지적인 요소와 그 꿈을 사가는 사람과 동물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현실적인 요소의 오묘한 섞임이라 생각한다. 실제 사람사는 이야기가 꿈의 거래와 이어지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더불어, ‘한국이라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사에서 공감하기 쉬운 이야기가 주를 이루다 보니 몰입도가 배가 되었다. 어떤 문화적 콘텐츠든 판타지 같은, 소설 같은 내용에 현실세계의 소스를 첨가하게 되면 실제로 존재한다면이라는 기대감과 재미를 불어넣어 주는 것 같다. 국내에서 흥행한 신과함께, 호텔델루나 등의 작품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현실과 상상의 적절한 조화와 이어짐이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 던 것처럼.     

    한편, 읽는 내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람의 인격체에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등의 감정들이 그 사람의 감정을 컨트롤 한 후 그 기억의 대가로 감정의 색깔이 담긴 구슬을 모았던 것처럼, 이 소설에서도 꿈을 판 대가로 설렘’, ‘자신감’, ‘상쾌함등 꿈을 꾸고 난 뒤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받는다. 페니가 사는 세상에선 이 감정들을 유리병에 모아 은행에서 돈으로 바꿀 수 있다. 사실 나는 한달에 꿈을 2-3번 꿀까 말까 할 정도로 꿈을 꾼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어쩌다 꾼 꿈들은 대부분 일어나면 그 감정선이 현실에 이어져서 꿈에 대해 잠시 회고하는 시간을 가지곤 한다. 과거에 트라우마로 느껴질 만큼 힘들었던 일이 꿈에 나타나기도 하고, 어쩔 때는 꿈의 상황이 너무 슬퍼서 울면서 깬 적도 있다. 때로는 꿈속의 내가 너무 웃겨서 웃으면서 깨기도 하고, 틈틈이 일종의 개꿈이라고 불리우는 이상한 꿈들도 꾸면서 일어난다. 꿈을 깨고나서 느끼는, 찰나의 감정들이 있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읽으니 소설에 나왔던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종종 내가 꾼 꿈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Tmi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적진 않겠다. 아무튼, 전반적인 에피소드 내용들을 통해 무의식의 꿈으로부터 느끼는 의식적인 감정이 알 듯 모를 듯 우리의 삶에 소소하게 나마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의 거래 내용에서 이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소설 속에선 동물들의 꿈에 대해서도 종종 다루는데, 실제로 반려동물부터 야생동물까지 각각 어떤 꿈을 꾸는지, 진짜 사람처럼 꿈을 꾸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달러구트의 백화점이 현실세계에 존재했을 때 꿈을 고르기 위해 골똘히 고민하는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미소 짓기도 했다.

   꿈을 만드는 다양한 제작자들도 소개되는데, 세상을 다스리는 여러 신이 있듯이 다양한 영역의 꿈 제작을 담당하는 이들이 나와 마치 하나의 유니버스를 형성하는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제로 일하는 니콜라스, 태몽과 예지몽을 만드는 아가냅 코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꿈을 만드는 슬립랜드,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꿈을 만드는 오트라, 동물들의 꿈을 만드는 애니모라 반쵸, 도움이 되는 악몽을 만드는 막심.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매력들을 가진 제작자들이다. 혹시 작가님이 시즌제로 작품을 계속 쓰신다면, 각각의 제작자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이야기를 다루어 주었으면 좋겠다😊. 꿈의 제작자들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나는 경험의 폭이 꿈의 폭을 정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항상 내가 가본 적 있는 장소, 본 적 있는 사람들이 꿈에 나왔다. 우주에 가보던지, 다른 나라를 여행한다 든지 등의 현실과 비교적 동떨어진 내용이라 던가 다른 사람이 되어본 꿈은 거의 꾼 적이 없다. 꿈에 나오는 사람들도 매일 마주보고 사는 가족들이 가장 높은 빈도로 나오고, 가끔 내가 응원하는 연예인들이 나오는 정도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나의 꿈의 영역은 실제 내가 살고 경험하는 영역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해외여행도 많이 다녀보고 도전적인 삶을 살아간다면 꿈도 드라마틱하게 꿀 수 있을까 생각도 들고. 여담이지만 나는 아이유의 신곡과 장범준의 신곡을 미리 듣는 꿈을 꾼 적이 있다. 이지은 언니의 노래를 미리 들었던 꿈은 진짜 내가 꿈속에서 와 이건 꿈에서 깨면 반드시 녹음 할꺼야. 노래 완전 좋아생각까지 하고 꿈에서 깼는데, 깸과 동시에 다 잊어버려서 아쉬움을 느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러브포엠 앨범이 발매되기 전이었는데, 앨범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너무 커서 꿈속에서까지 언니의 신곡을 듣고 설레 하는 꿈을 꾼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음악 듣는 것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한 번쯤은 꿈속에서 들었던 멜로디를, 꿈을 깨고나서 꼭 기록해보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다.  

   이것저것 책을 읽고 들었던 생각, 느꼈던 감정들을 두서없이 적은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이 소설을 통해 잠을 자는 시간의 가치그리고 꿈의 기능에 대해 고민해보고 알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꿈이라는 것은 소설에서 페니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실을 침범하지 않는 수준의 적당한 다스림으로 무의식에 잠긴 우리를 치유해주는 존재이고 잠은 어제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스스로 정의 내릴 수 있었다. 가끔씩 책에 등장했던 위로와 공감, 응원을 주는 구절들은 힘들 때마다 읽어볼 수 있게 따로 기록해 놓았다. 가볍게 읽었지만 얻어가는 건 결코 가볍지 않았던 소설책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었다. ( 추측이지만 작가님께서 시즌제로 계속 달러구트 꿈 백화점 소설을 쓰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라면 너무나 궁금한 이야기들이 많다구요….ㅠㅠ.. )

 

[ 기억에 남는 구절 - 혹시나 저작권 때문에 딱 3개만 !]

-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떄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하진 않나요? " 전혀요. 오히려 미리 안다면 정말 불행할 거에요. 좋은 미래를 본들 그게 진짜라는 보장도 없는데 괜히 나태해질 수도 있구요. 그대로 되지 않으면 좌절감만 커지겠죠."

-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직접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맛이죠."